인턴에게 '잔혹'한 것은 회사인가, 현실인가? 세대를 관통하는 오피스 드라마 '잔혹한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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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방영된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잔혹한 인턴'은 코믹함 속에 뼈아픈 현실을 담아내며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7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정글 같은 회사에 뛰어든 40대 경력단절 여성 고해라(라미란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는 단순히 워킹맘의 고군분투를 넘어, 세대와 직급을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잔혹한 오피스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인턴에게 '잔혹'한 것은 과연 개인을 착취하는 회사 시스템일까요, 아니면 돈과 생존이라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일까요?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존 방식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봅니다.

드라마의 시작: 7년 경력단절과 인턴의 딜레마

주인공 고해라는 과거 잘나가던 MD였지만, 육아로 인해 7년간 경력이 단절된 후 재취업 시장에서 좌절을 반복합니다.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뜻밖에도 과거 입사 동기이자, 이제는 회사 실세가 된 상품기획실 실장 최지원(엄지원 분)입니다. 최지원은 고해라에게 파격적인 인턴 자리를 제안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성공을 위한 은밀하고 '잔혹한' 임무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1. 인턴 명찰 뒤의 복잡한 현실

40대 베테랑 경력직이 '인턴'이라는 직함을 달고 시작하는 상황 자체가 이 시대의 잔혹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고해라는 생계라는 절박함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글로 복귀하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성공을 위한 잔혹함'과 '인간적인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합니다.

2. 과거와 현재의 충돌

고해라의 화려했던 과거 경력과 현재의 인턴이라는 지위 사이의 괴리는 드라마의 주요 긴장 요소입니다. 그녀의 '경험치'는 인턴으로서 발휘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이 경험은 때로는 회사 규율과 충돌하며 드라마에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두 여자의 잔혹한 워맨스: 고해라와 최지원의 관계

라미란과 엄지원이 만들어낸 워맨스는 이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축입니다. 과거 친했던 동기에서, 현재는 상사와 인턴이라는 수직적 관계로 재회한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잔혹한 생존 게임을 펼칩니다.

  • 성공 지향형 최지원: 최지원은 '임출육'으로 경력 공백을 만드는 여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워커홀릭입니다. 그녀의 잔혹함은 그녀가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희생과 고독을 반영합니다.
  • 인간 지향형 고해라: 고해라는 비록 잔혹한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그녀는 최지원의 잔혹한 미션 속에서도 후배들을 돕고 연대하려 노력하며, 직장 내의 따뜻한 관계망을 복원하려 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대립이 아닌,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는 거울과 같습니다. 잔혹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세대별 오피스 생존 방식의 대비

드라마는 40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MZ세대)의 오피스 라이프도 날카롭게 관찰합니다. 특히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 인턴들의 모습은 기성세대와 확연히 대비됩니다.

1. 이기적 연대 vs. 개인주의적 생존

고해라는 정과 연대를 통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반면, 젊은 인턴들은 불필요한 야근이나 비합리적인 지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와 커리어 패스를 최우선으로 두며, 감정적인 소모를 피하는 '개인주의적 생존' 방식을 택합니다. 이는 좁은 취업문과 치솟는 물가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2030세대의 현실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2. 일과 삶의 경계

기성세대가 '일=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젊은 세대는 '일=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루며, 모든 세대에게 '나만의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잔혹함'의 주체: 시스템인가, 생존 경쟁인가?

드라마의 핵심은 '잔혹함'의 원인을 묻는 것입니다. 최지원은 잔혹한 시스템을 내재화하여 살아남은 인물이고, 고해라는 그 시스템에 저항하며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려 합니다. 결국, 회사라는 시스템은 개인에게 무한 경쟁을 강요하고, 그 경쟁 속에서 개인들은 스스로 잔혹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잔혹한 것은 회사가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이며, 그 안에서 고통받고 타인을 잔혹하게 대하는 것은 결국 생존 경쟁에 내몰린 우리 자신들입니다.

경단녀의 재취업 현실과 편견에 대한 통찰

고해라의 에피소드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편견과 어려움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7년의 공백이 그녀의 능력까지 잃게 만든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녀에게 '엄마'라는 역할만을 요구하거나 능력을 깎아내립니다.

이 드라마는 경단녀를 '재취업이 어려운 사람'이 아닌, '잠재된 능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재조명하며 사회적 편견에 도전합니다. 고해라의 재취업 성공은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가 그녀의 '경험치'와 잠재력을 인정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직장 내 여성 연대와 윤리적 선택의 기로

드라마는 고해라와 최지원의 갈등을 통해 직장 내 여성 연대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탐구합니다. 최지원의 잔혹한 미션은 결국 고해라에게 '다른 여성을 희생시킬 것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고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연대를 선택하며, 결국 이 연대가 시스템의 잔혹함을 이겨내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잔혹한 인턴'은 오피스 드라마의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라미란과 엄지원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시대의 고민을 담아냈습니다.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아무리 잔혹한 현실이라도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인간적인 가치,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한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 드라마는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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