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장 프로젝트' 리뷰: 한석규가 아니면 누가 '신사장'을 연기할 수 있을까

어떤 배우는 역할을 연기하고, 어떤 배우는 역할 그 자체가 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신사장 프로젝트'의 배우 한석규는 단연코 후자다.
"전직 NIS 블랙 요원이 망해가는 스타트업의 시니어 인턴이 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조금의 의심도 없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한석규라는 배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리뷰는 질문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한석규가 아니면 과연 누가 '신사장' 신중한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
관록과 위트의 완벽한 균형
'신사장 프로젝트'의 주인공 신중한은 극과 극의 매력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전설적인 요원으로서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관록을 품고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최신 밈이나 스타트업 용어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꼰대' 인턴의 어수룩함과 코믹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 아슬아슬한 균형은 한석규이기에 가능하다. 그는 '쉬리'와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냉철한 엘리트의 모습부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보여준 괴짜 천재의 인간미까지, 한 인물 안에 공존하기 힘든 입체적인 면모를 담아내는 데 독보적인 배우다. 그의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가 어떤 위기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동시에, 젊은 대표 이다린(이장우 분)의 열정 넘치는 비즈니스 용어 앞에서 조용히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그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낸다. 이처럼 극의 무게감을 잡는 진중함과 긴장을 풀어주는 위트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연기는 '신사장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신뢰의 아이콘, '진짜 어른'이 필요한 시대
이 드라마는 단순히 코믹한 오피스물을 넘어, 경험과 연륜을 갖춘 '진짜 어른'이 열정만 가득한 청춘들을 어떻게 이끌어주는지에 대한 따뜻한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다린'의 젊은 직원들에게 신중한은 단순한 인턴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핵심을 꿰뚫는 해결사이자 정신적 지주, 즉 '신사장'이다.
한석규라는 배우가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은 이 지점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가 건네는 조언은 잔소리가 아닌 지혜가 되고, 그의 고집은 꼰대의 아집이 아닌 장인의 철학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까? 그의 연기에는 허투루 뱉는 대사가 하나도 없으며, 모든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해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른의 모습을, 한석규만큼 깊은 신뢰감으로 그려낼 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
신중한은 자신의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인턴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비범함은 결정적인 순간에만 번뜩일 뿐, 대부분의 시간은 회사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석규는 바로 이 '평범함의 연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색하게 커피를 타고, 회의 시간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무심한 표정 속에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는 날카로운 눈빛, 혹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침착한 행동은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암시한다. 이처럼 일상적인 연기 톤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숨겨진 역사를 단 한순간의 표정으로 납득시키는 그의 내공은 감탄을 자아낸다.
결론적으로 '신사장 프로젝트'는 한석규를 위한, 한석규에 의한, 한석규의 드라마다. 그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서사 그 자체이며, 그가 곧 장르다. 다른 훌륭한 배우들이 신중한 역할을 '연기'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이름처럼 신중하고, 강철처럼 단단하며, 때로는 봄날처럼 따스한 '신사장' 그 자체를 '증명'해 낼 수 있는 배우는 오직 한석규뿐이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신사장 프로젝트'는 반드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