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리뷰: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을까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함께했고, 가장 아픈 비밀을 공유했으며, 그래서 가장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서로의 심장을 찔렀다."

인생의 아이러니는 가장 큰 위로와 가장 깊은 상처가 같은 사람에게서 온다는 점일 겁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바로 이 인간관계의 역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작가 류은중(김고은 분)과 영화 제작자 천상연(박지현 분), 10대 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삶에 전부였던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를 무너뜨리는 미세한 균열의 시작을 목격하게 됩니다.

너무 가까워서 보지 못했던 균열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받길 원하는 암묵적인 기대를 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 '은중과 상연'은 이 기대라는 이름의 잣대가 어떻게 서로를 겨누는 무기가 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서로의 환경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면서 시작된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미묘한 질투와 자격지심으로 변질됩니다. 너무 가깝기에 상대의 작은 성공이 나의 결핍처럼 느껴지고, 무심코 던진 말이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습니다. 드라마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관계의 민낯을 두 사람의 서사를 통해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선망과 질투, 애증(愛憎)의 그림자

유복하지만 사랑이 결핍된 상연과,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은중.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진 동경의 대상이자,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실감케 하는 질투의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환경은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지만, 사소한 사건 하나로 모든 것을 무너뜨립니다. '은중과 상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우정을 넘어, 사랑하기에 더욱 미워하고, 동경하기에 더욱 질투하는 애증(愛憎)이라는 양날의 검을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김고은과 박지현 두 배우는 눈빛과 표정만으로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복잡미묘한 감정의 파고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상처를 마주하고 '우리'를 재건하는 일

드라마는 관계의 파탄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40대가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상연의 충격적인 부탁(“나의 조력사망에 동행해줘”)을 계기로 과거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그때 솔직하지 못했을까, 왜 서로를 더 보듬지 못했을까. 뒤늦은 후회와 원망 속에서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은중과 상연'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그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이 드라마는 모든 인간관계의 연약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올가을 가장 현실적이고 아픈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JTBC 새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인물관계도부터 관전 포인트까지 총정리

녹두전', 단순한 남장여자가 아니다! 편견을 깨는 유쾌한 성장기

내 남자친구가 우주 대스타? '우주메리미'의 달콤살벌 로맨스